잡지 루엘. 매혹의 순간들 “고양이의 눈빛”

2011년 부슬부슬 비내리던 석가탄신일 새벽. 구름이와 별이의 엄마냥은 제가 살던 집근처에서 피투성이가 되어 갓태어난 새끼들을 안고서 저세상으로 떠났습니다. 눈도 제대로 뜰수없던 1개월도 채 안된 아이들은 그렇게, 부들부들 떨면서 골목어귀에서 발견되었습니다. 제대로 울지도 못하고 눈도 잘 못뜨는 녀석들 두마리를 그렇게 데려왔습니다. 이후 춥지않도록 안아도 주고 냥이용 분유도 타먹여주고, 오줌도 받아가며 녀석들과의 뗄레야뗄수없는 동거가 시작되었습니다.

제대로 걷지도 못할때부터 함께여서 그런지, 모든 첫번째를 함께 해야만 했습니다. 처음으로 젖병을 두손으로 잡고 빨아댈때, 그러다가 내 손가락을 젖병처럼 물고 빨아댈때, 휴지로 배를 자극해 첫 쉬를 받을 때 모래에 첫 응가를 할때…. 그 모든 행동들이 그저 놀랍기만 했습니다. 철학박사 강신주쌤은 녀석들의 이름을 예수와 마리아가 어떠냐며, 얼른 거리로 돌려보내 자유를 주는게 어떠냐하셨지만, 녀석들과 보낸 첫날밤 이후 녀석들은 완전히 내삶으로 들어와버렸고, 난 완전히 냥이와의 동거에 온맘을 사로잡혀있었습니다.

처음부터 녀석들도 언제나 무슨행동을 하던지 나를 빤히 쳐다보았습니다. 그리고 그 눈빛은 언제나 저를 매혹시킵니다. 처음엔 외계인 같은 커다른 검은 눈동자였다가 점점 냥이의 눈이되더니 이젠 사람 눈빛인 것만 같습니다. 문득돌아보면 언제나 녀석들이 날 쳐다보고있습니다. 요즘은 좀 컸다고 안보는척하면서 쳐다보기도 합니다. 구름이는 정말 뭉게뭉게 떠있는 구름처럼 편안하게 날 늘 지켜보며 우리가 함께임을 느끼게 해주고, 별이는 반짝 반짝 빛나는 눈빛으로 자신의 원하는바를 표현합니다.

예전엔 제가 이 냥이들을 구해준거라며 얘기하곤했지만, 지금은 이 냥이들이 척박한 내 삶을 구해주러운 단비같은 존재임을 알고있습니다. 냥이들의 엄마도 안심하고, 하늘나라에서 편히 쉬길 바랍니다.

팩토리에서는 구름이와 별이라는 냥이들의 아빠이자,
집에서는 구름이와 머피라는 개들과 함께 동거중인 Generalist Architect
아키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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