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키인터뷰. GQ 서울에 뿌려진 카페만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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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필까지도 한 잔 한 잔 정성스레 만들어주는 드립 커피로 이름을 알리던 ‘카페 팩토리’는 작년 주인이 바뀌면서 일종의 ‘문화 공장’으로 변신했다. 미술관 못지 않게 많은 전시회와 세미나 등을 열고 ‘프린지 페스티벌’과 ‘문학을 들려주다’ 등 다양한 문화 행사에 참여한 것이다. 그렇게 이곳은 카페가 예술을 아끼는 사람들의 놀이터 혹은 문화를 창출하는 공장으로 작용하는 데 기여했다. 덕분에 내부 벽면은 통째로 작가들의 전시장이 되기도 하고 애플에서 지원 받은 아이팟이 위용을 과시하는 배경이 되기도 한다. 그러나 천장이 높긴 하지만 사람들이 떠드는 소리가 잘 울려 아쉽다. 유명세를 탄 이후, 벽에 걸린 작품들도 일상 생활에 자연스레 녹아 있다기보다는 어우러지지 못하고 손님들 위를 부유하는 ‘느낌’이 든다는 지적도 있다. ‘카페팩토리’가 펼치는 문화 활동들이 정말 피상적으로 소비되고 있을까. 주인은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스스로 설립한 ‘아키브레인’에서 사업 컨설팅을 하고 있는, ‘카페팩토리’의 주인인 김우성씨에게 물었다.

/// 인터뷰
GQ_ 건축을 비롯해 다양한 경험을 갖고 있다. 어떤 계기로 ‘카페팩토리’를 맡게 되었나.
aRchie_ 현재 함께 운영하고 있는 재윤 사장과 2006년 초, 카페에서의 전시를 얘기하던 중 뜻밖에 인연이 닿아 아예 인수하게 되었고, 이후 본격적으로 문화예술 컨텐츠를 소통하는 공간을 지향하고 있다. 전체 활동의 작은 부분이지만 굉장히 의미가 크다.

GQ_ 들어섰을 때 가장 먼저 보이는 이미지는 공간 내부를 활용한 전시다. 전체 벽면에 통째로 작품이 걸리기도 하고. 이런 활동을 어떻게 꾸준히 이어나가나.
aRchie_ 처음에는 작가에게 무작정 연락을 드리기도 했지만, 한두 번 전시를 열고 나니 꼬리에 꼬리를 무는 방식으로 계속 작가들을 만나게 된다. 따로 찾아오는 분들도 있고. 딱히 어떤 것을 정해놓고 하기보다는 우선 작가들과 많은 이야기를 나누는 과정에서 떠오르는 아이디어를 서로 합의해 진행하는 편이다.

GQ_ 카페 주인으로서 이 공간은 어떤 곳인가.
aRchie_ 전시로 시작했지만 작가와 대중들의 만남이 중요하다고 생각해 세미나를 많이 했고, 좋은 인연이 닿아 연극과 문학의 만남, 세계 미디어 작가의 작품 전시 등 이종의 예술과 주체들이 만나는 장으로 기능할 수 있었다. 앞으로도 이런 방향으로 진행할 계획이다. 시작은 예술 행위를 수용하는 공간이었으나, 꿈은 이렇게 만난 다양한 작가들과 즐거운 프로젝트를 많이 기획하고 실험하는 것이다.

GQ_ ‘카페팩토리’는 많은 카페와 바들이 밀집한 홍대 중에서도 상대적으로 찾기 쉬운, ‘좋은’ 입지에 있다. 점점 더 유명해지고 있는데, 손님들은 어떤가.
aRchie_ 주 이용층은 역시 우리나라 카페 이용층과 비슷하다. 20대에서 30대 초반의 여성이고, 자주 오는 분으로는 첫 전시였던 아이팟 미디어 전시로 인연을 맺은 박훈규, 영화감독 김성호, 잡지 편집장인 이주영 등 아티스트와 문화계 인사들이 있다. 주변 공간 사장님도 자주 오고, 그 외에는 동네 특성 상 주로 혼자 글을 쓰거나 생각을 하러 오시는 분들이 많다.

GQ_ 이곳을 찾는 사람들이 어떤 경험을 하기를 바라나.
aRchie_ 대단한 경험이기보다는 그냥 일상의 영역 안에 문화가 공존하는 모습이 낯설지 않음을 느끼는 정도로도 의미가 있다고 본다.

GQ_ 문화는 생산뿐 아니라 사람들과의 소통과 상호작용도 중요할 것이다. 그런데 현재의 카페 붐 속에서도 ‘카페팩토리’가 대안 문화 공장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을까. 의도한 ‘일상과 문화의 공존’조차 느끼기 어려울 만큼 번잡할 때도 많은데.
aRchie_ 그런 걱정은 별로 안한다. 매력은 혼자 잘한다고 생기는 것도 아니고 관객들과 호흡하고 소통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발생하는 것이다. 생긴 모습대로 즐겁게 무언가를 계속해나가는 과정에서 그것을 좋아하는 사람들도 생기고 함께 하려는 사람들도 차츰 늘어왔던 게 아닌가 싶다. 홍대라는 문화 생태계가 존재한다고 치면, 처음에 자생적, 자발적으로 이런 활동을 시작한 사람들이 있고, 그 모습을 좇아 상업적으로 하는 사람들도 있을 테고, 그런 모두를 예쁜 이미지로 즐기는 사람들도 있고, 작지만 소중한 문화 경험으로 갖고 있는 사람들도 있고, 다양한 모습들이 함께 존재하는 것이 당연하다. 상업 자본의 힘과 자생적인 문화 공간들이 어떤 양상으로 앞으로 균형을 맞춰나갈지는 모두의 숙제인 것 같다.

사진ㅣ 우재하
온라인 리포터ㅣ 이호산 (hommefatal@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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