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키인터뷰. 콕 집어 명소 – 인생도서관

책이 아니라 질문이 있는 도서관
인생도서관Life Liverary
Library with Questions

 

나는 어디에서 와서 왜 살며 어디로 가는가. 어린 시절, 한 번쯤은 이런 질문을 해본 일이 있을 것이다. 위대한 영적 스승들은 이런 질문에 대해 자신만의 답을 만든 사람들이다. 그러나 우리는 학교에 가고 직장을 갖고 가정을 이루는 동안 질문을 잊고 쳇바퀴 도는 일상에 몸을 싣는다. 이런 우리에게 ‘나는 누구인가? 나는 어떻게 살고 싶은가?’ 질문을 던지고 답을 함께 찾아보자고 말 건네는 도서관이 있다. 이름하여 인생도서관이다.
“누구에게나 자신의 인생은 가장 큰 프로젝트입니다. 이 프로젝트에 비한다면, 다른 프로젝트들은 사소하기 짝이 없는 것들이죠. 그러나 우리는 내 인생의 답이 무엇인지에 대해 제대로 알아보려 하지 않습니다. 인생도서관은 사람이 살며 가장 중요한 프로젝트인 ‘프로젝트 라이프’를 제대로 꾸려나갈 수 있도록 돕는 공간입니다. 인생을 성찰하는 데 필요한 다양한 툴킷tool-kit, 프로그램, 서비스를 연구·개발, 실행하는 공간이고 아카이빙하는 공간이지요.”

인생도서관의 관장은 ‘아키’ 김우성 대표(이하 아키 씨). 건축가로 시작하여 문화컨설팅 회사 아키브레인을 운영하고 있는 아키 씨는 서교동 ‘살롱 드 팩토리(2006년~)’의 사장으로 더 유명하다. 그가 인생도서관 프로젝트를 시작하게 된 결정적 계기가 흥미롭다. ‘한 사람의 인생은 곧 책이다’라는 콘셉트를 담은 ‘Be a Book’ 프로그램을 진행하며, 철학을 전공한 부친께 자서전을 써달라는 제안을 드렸는데 “못하겠다”고 답이 온 것이다. 자신의 인생을 정리하여 글을 쓴다는 건 누구나 어려운 일이라는 걸 깨닫고 그는 ‘인생의 복잡한 과정을 쉽게 ‘정리’하는 데 도움이 되는 툴킷을 만들어보기로 한다. 그것이 인생도서관의 핵심 툴킷, 미트릭스ME:TRIX다.

“세로축은 타임라인입니다. 가로축은 6개의 트랙(몸, 공간, 관계/커뮤니케이션, 라이프스타일, 일, 개념)으로 되어 있고요. 빈 란을 채우면서 태어나서 지금에 이르기까지 자신의 인생에서 벌어진 ‘거의 모든 것의 역사’가 정리되게 만들었어요. 내 삶이 거쳐온 복잡한 과정을 잘 ‘정리’한다면, 내가 누구인지 성찰하는 일이 쉬워집니다. 많은 정보와 생각이 주는 복잡성에서 오는 스트레스를 줄이고 나 자신을 객관화시켜 보는 일이 가능해집니다.”

나를 위한 미트릭스 외에 함께 인생을 정리하며 대화를 통해 갈등을 줄이고 상호 이해와 소통에 도달하자는 위미트릭스(커플/부부용, 가족용, 단체용) 등 다양한 맞춤형 매트릭스도 만들었다. 다이어리와 진행자의 도움 없이도 스스로 툴킷을 이용할 수 있게 해주는 질문 카드도 개발했다. 대형 전지 사이즈의 미트릭스가 부담스러운 이들을 위한 ‘체험형’ 미니 미트릭스도 있다. 작은 투명 통에 담겨 있는데 ‘일’, ‘시간’ 등 관심 테마를 하나 골라 작성하면 된다.

“건축가라는 이력도 그렇고 제가 해온 컨설팅 작업이 남을 대신해 궁금해하고 질문에 대한 답을 구하는 과정이다 보니, 복잡한 정보를 시간과 키워드로 정리해 크게 출력하여 ‘한눈에 보는 버릇’이 있었어요. 정리하는 걸 좋아해서 실제로 제 이력서도 저런 방식으로 구성되어 있고요.”

최근 아키 씨가 출간한 책 《인생질문》도 인생도서관 프로젝트의 일환이다. 6개 트랙(나의 정보, 공간환경, 인간관계, 물건과 콘텐츠, 개념환경, 일), 그리고 168개의 질문으로 구성된 《인생질문》은 읽는 책이 아니라, 스스로 채워 넣어야 하는 책이다. 일종의 ‘워크북’이랄까. 꽤 많은 질문과 항목을 채워 나가는 동안 독자는 복잡하게만 보였던 자신의 삶의 패턴을 인지하게 되고, 스스로와 타인을 있는 그대로 이해할 수 있는 체험을 하게 된다고.

인생도서관을 준비하면서 아키 씨는 ‘시즌 5’를 맞이한 살롱 드 팩토리를 새롭게 리뉴얼했다. 카페의 기능을 줄이는 대신 음료 한 잔을 마시며 책도 읽고 필요에 따라 툴킷을 체험할 수 있게 했다. 오픈한 지 얼마 안 되었지만, 워크숍이나 아카데미 활동도 벌써 활발하게 진행중이다. 리뉴얼된 공간에서 특히 눈에 띄는 것은 녹음실이다. 약 5대의 마이크가 놓인 녹음실에서는 인터뷰 및 이슈토크로 구성되는 팟캐스트(‘인생라디오’)가 운영된다. 내 인생 미트릭스 라디오 만들기, 내 인생 책(글)쓰기 등 미디어 교육도 진행한다. 워크숍도 다양한데, 특히 서촌에 마련된 공간에서는 ‘라이프바디워크’라는 이름의 몸 워크숍이 열리고 있다.

“인생 전체를 조망하는 미트릭스를 통해 자신을 정리하고 나면, 자연스럽게 ‘표현하기’ 단계로 넘어갈 수밖에 없습니다. 새롭게 정리된 존재 이유와 목표에 따라 자신만의 라이프스타일로 펼쳐나가거나 다양한 미디어로 창작하고 패키징하면서 살아가거나, 일로써 자신의 존재 이유를 구현해보는 3가지 갈림길이 생기리라 생각합니다. 이를 위한 다양한 미디어를 인생도서관에서 만날 수 있습니다. 크게 글쓰기, 그리기, 말하기(라디오 팟캐스트)가 있는데 그 중에서도 팟캐스트 과정이 좋은 반응을 얻고 있습니다.”

아키 씨의 설명을 듣다 보니 이곳이 왜 ‘도서관’인지 헷갈린다. 콘셉트 면에서는 알랭 드 보통의 ‘인생학교’도 떠오른다. “학교 스타일로 무언가를 가르치고 배우는 곳은 아닙니다. 저는 한 사람, 한 사람이 각각 한 권의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한 권 한 권의 소중한 책들이 모여 있는 공간이 인생도서관입니다. 더해 자신만의 삶을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나아가 전 인류에 대한 고민도 함께 할 수 있게 된다면 바랄 게 없겠지요.”

질문을 던지려면 ‘일단 멈춤’의 상태가 되어야 한다. 액셀러레이터만 밟고 온 인생이라면, 한 번쯤 ‘인생도서관’에서 브레이크를 걸고 이제껏 달려온 당신의 삶에 대해 질문을 던져보면 어떨까. 시간은 좀 걸릴 수 있겠지만, 다시 브레이크를 풀고 달려가는 인생은 조금 더 나답고 살 만할 것이다.

글 Ⅰ 정지연 스트리트H 2016년 10월호_Vol.0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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