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니콘(Unicorn, 일각수)은 달에 속하는 여성원리의 상징으로서 남성원리로서의 사자와 대립된다. 정결, 청순, 처녀성, 완벽한 선, 고결함 등의 상징으로, 전설에 의하면 오직 처녀만이 유니콘을 잡을수 있다고 한다. 또한 기독교에서는 ‘구원을 얻은 뿔(누가복음 1:69)’fh 일컬어지는 예수를, 그리스로마 신화에서는 달의신 아르테미스(디아나)여신을 나타내기도 한다.
블레이드 러너의 마지막 장면. 데커드(Deckard, 해리슨 포드 분)가 레이첼(Sean Young)과 함께 자신의 아파트를 떠나는 장면에서 레이첼이 밟고 지나간 종이 접기가 바로 유니콘이다. 이것은 형사 Gaff가 종이접기를 한 것이다. Gaff는 줄곳 데커드의 옆에서 종이접기를 하며 그를 놀리곤 하는데, 영화의 초반부 Bryant의 사무실에서 데커드가 자신은 은퇴했으니 일을 못하겠다고 주장하는 장면에서 시작된다. 그는 옆에서 닭을 만들었는데 이것은 물론 “너 쫄았지?” 라는거다.(백 투 더 퓨처에서도 알 수 있듯 Chicken은 겁쟁이를 의미한다) 이후의 장면에서는 발기된 남자를 만드는데, “너 지금 그 여자한테 끌리고 있지?” 라고 말하는 것일까?.
그럼 유니콘은 무엇을 의미할까? 다양한 해석이 존재하는데, 먼저 “꿈꾸고 있군. 레이첼과 도망 갈 수는 있겠지만, 그 여자 오래 살진 못한다.”라는 의미. 이것은 Gaff가 바로 전에 건물 옥상에서 데커드에게 했던 대사(“It’s too bad she won’t live! But then again, who does?”)와 연관한 해석이다. 다른 가능한 해석은 도망치는 그들 둘을 곧 사냥할 것이라는 Gaff의 경고장이라는 것이다.
감독편집판(Director’s Cut)에서 리들리 스콧은 데커드가 술에 취해 엎드려 피아노를 두들기는 장면에 하얀 유니콘 신을 추가하였다. 감독은 이 장면하나로 극장판에서도 조금은 엿보인 의문점을 확실하게 드러내어 준다. 가장 개인적인 생각과 기억들이 인간과 인조인간을 구별한다는 것이 영화의 전편에 깔린 개념 중 하나인데, Gaff가 데커드의 머리속에 존재하던 일각수에 대해 어떻게 알고 있었을까? 하는것. 결국 이 장면은 데커드 역시 Replicant가 아니지 하는 추론을 아주 논리적으로 뒷받침 해주고 있다. 게다가 이 영화가 필름 느와르(Film Noir)의 전통(주인공 캐릭터는 결국 자신이 쫒고있던 존재가 될 수 있다라는)을 따른다는 점을 생각하면, 더더구나 앞뒤가 들어맞는 것 아닐까? 그러나, 극장판에서 이 장면은 감독의 의도와는 상관없이 제작자들에 의해 지나치게 예술적인 척한다(arty)는 이유로 삭제되었었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 「세계의 끝과 하드보일드 원더랜드」(‘85)에서도 유니콘은 인간의 마음(관념,기억)을 흡수해서 바깥세계로 방출시키는 존재로 등장하는 걸 보면, 역시 유니콘은 인간존재 증명과 관련된 중요한 상징요소중 하나임에는 틀림없나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