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방부소속의 DARPA(Defense Advanced Research Projects Agency, 방위고등연구계획국)라는 연구기관은 구소비에트 유인 인공위성 스푸트니크호의 발사성공에 대한 반작용으로 1958년 설립되었다. 1960년도 말에 ARPAnet이라 불리는 컴퓨터 네트워크를 기초로하여 결국 오늘날 인터넷의 모태를 만들었다.
이 조직은 인터넷 처럼 구체적으로 일상으로 스며든 기술개발부터, 기후통제가 가능한 신무기, 생체디자인(Bio Design)기술을 통한 인간 복제, DNA조작을 통한 슈퍼솔져, 바다속에서 거주하며 적의 통신을 엿듯는 돌고래와 인간의 하이브리드 생명체(synthetic organisms), 그리고 외계인 관련설 등 기술을 기반으로한 숫한 음모론의 산실이기도 하다.
실용화단계에 놓은 연구는 주로 군사적 목적의 인공생명체와 인류의 통제에 있는데, 최근 “별도의 수술없이 뇌를 제어할 수있는 신기술”에 대한 발표역시 이 연장선상에 있다. DARPA는 언제나 군인들의 마음 내부로 침투하는 연구를 해왔지만, 초음파를 이용한 이번 기술은 어느때보다 마음 깊숙히 파고 들어갈 수있다는 것이다. 아리조나주의 한 연구원은 뇌를 관통하는 맥동 초음파 (transcranial pulsed ultrasound) 기술 장치를 군인들의 헬멧에 장착하고 뇌기능을 조작하여 스트레스를 줄이고, 근무시 경계력을 높이며, 심지어 전쟁터에서 극심한 정신적 쇼크를 받더라도 뇌기능의 손상은 줄일 수있다고 한다.
그 동안도 많은 비슷한 연구들이 수행되었는데, 예를들어 DBS(Deep Brain Stimulation)같은 연구는 뇌세포조직에 전극을 삽인하여야 하는 불편함(?)이 있었고, TMS(Transcranial Magnetic Stimulation)은 자기장을 사용하는 대신 제한된 적용구역과 정확도면에서 떨어진다고 한다.
William Tyler 박사는 “이번에 개발된 기술은 TMS보다 5배이상의 해상도와 정확도로 뇌회로에 작용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있다. 이쯤되면 영화 아바타의 생명창조와 원격제어 기술이 공상과학 영화속 이야기만은 아닐 거라는 생각도 든다. 인공생명체 창조를 주도하는 인물로 크레이그 벤터(Craig Venter)박사가 알려져있다. 그는 DNA염기서열을 배합해 새로운 생명체를 창조하는 프로젝트를 발표하여 인간이 신의 대열에 올라섰음을 입증하며 과학계의 찬사를 받았던 대표적 인물이다.
인간이 이러한 신종 생물체를 만들수 있다면 태고에 외계인들이 지구인을 창조했다해도 뭐 그리 이상할 건 없을 듯하다. 스티븐 호킹 박사조차 최근의 저서 ‘위대한 설계(Grand Design)’에서 우주의 기원인 빅뱅이 신적존재의 개입이라기보다는 중력의 법칙에 의해 불가피하게 발생한 것이라며, 20여년전 저서‘시간의 역사’에서 완전한 이론을 발견하여 신의 마음을 이해하고 싶다는 논조와 반대되는 주장을 하고 있다.
그래 좋다 컴파스를 들고 우주를 디자인한 신의 존재도 없고, 인류는 우리보다 조금 더 나은 기술을 가진 다른 외계생명체에 의해 창조되었으며, 세상의 모든일에는 좋은 면과 나쁜 면이 있다고 치자. 하지만 미국의 한 연구소에서 만든 기계에서 나온 초음파가 내 머리를 관통하여 나도 모르게 혹은 내가 나의 마음이라 믿고 행했던 많은 일들이 나의 선택이나 의지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된다면. 대체 나의 존재는 어떠한 의미와 가치를 지니게 되는 걸까.
어찌보면, 인류는 늘 당대 최고의 기술로 인류의 의식을 조작해왔다. 주술, 웅변술, 활자, 책, 건축물, 영화, TV. 그리고 이런 기술은 주로 군사, 정치적 목적으로 군중을 현혹시키거나 조종하기 위해 개발되거나 사용되어온 측면이 있다. 기술이 나의 아이덴티티를 해체시키고, 간접적으로 조정하는 것도 모자라, 리모콘으로 나를 조작할 수 있는 시대가 될때, 나라는 존재는 대체 어디서 무엇이 되어있을까?
(월간 브뤼트Brut 2010.09 기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