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2007.04 | 카페의 귀환 카페 투어리스트

By aRchie  -  On 03 Apr, 2007 -  0 comments

SPORTS SEOUL 2007/04/02 11:33
(트렌드) ‘카페의 귀환’ 카페 투어리스트

스타벅스’. ‘커피빈’. ‘파스쿠치’ 등 거대자본을 앞세운 프랜차이즈 커피숍이 전성기를 구가하면서 ‘폐업 0순위’로 떠올랐던 소형 카페가 2007년 화려한 귀환을 맞고 있다.

‘카페의 귀환’을 불러낸 것은 바로 ‘작고. 특별한. 나만의 공간’을 찾아다니는 카페 투어리스트들이다.?이들에게는 괜찮은 카페에서 시간을 보내고. 사진을 찍고. 이를 내용으로 블로그를 포스팅하는 것이 큰 즐거움이다. 서울 홍대. 삼청동. 재동. 가회동. 압구정동. 정자동 등 카페 투어리스트들의 발길이 미치지 않는 곳은 없다.

수요가 늘자 공급도 생겼다. 최근 1~2년 사이 홍대와 삼청동에는 20여개가 넘는 카페들이 새롭게 문을 열어 그들을 반기고 있다.

◇ 나. 카페투어리스트!
홍대 주차장길 뒷편의 주택가에 자리한 카페 ‘다방’(D’vant). 15명 정도가 앉을 수 있는 홀테이블. 주방 겸 홈바가 전부이지만. 이곳은 단골손님들로 늘 자리가 붐빈다. 홍익대 예술학과 한아름씨(20)도 그들 중 한명이다. 학교에서는 조금 떨어진 거리이지만 굳이 친구들과 이곳을 찾는 이유는 스타벅스에서는 찾을 수 없는 편안함 때문. 한씨는 “음악소리가 시끄러운 거 질색인데 조용하고 아늑해서 친구들과 자주 들른다”고 말했다.

삼청동 총리공관 맞은편에 위치한 카페 ‘빈스빈스’. 평일이든 주말이든 이곳에서는 길게 줄을 늘어선 손님들을 어렵지않게 볼 수 있다. ‘빈스빈스’를 비롯해 ‘와플카페’. ‘빨간숲’. ‘북카페 내서재’. ‘푸른별 귀큰여우’ 등 커피와 와인을 내세운 카페들이 인기를 끌면서 최근에는 삼청동을 찾는 고객의 평균연령도 쑥 내려간 상태다.

‘빈스빈스’의 송재우 마케팅부장은 “오픈한지 1년밖에 안됐는데 디카동호회 등에 사진이 오르면서 빨리 입소문을 탔다. 블로그 등에서 정보를 보고 찾아오는 20대 초반 여성고객이 상당수”라고 말했다. 이곳은 몇몇 디카동호회에서 출사지로 이용할만큼 카페사진이 탁월한 곳이기도 하다.

직장인 박지영씨(28)는 친구들과 괜찮은 카페 찾아다니는 게 취미다. 박씨는 “30~40대들이 맛집을 찾아다니는 것과 비슷한 심리같다. 마음에 쏙 드는 카페를 발견하면 나만의 아지트를 찾은 것같아 너무 설렌다”고 말했다.

느 낌좋은 공간을 찾는 사람들의 발걸음은 하나둘 특색있는 카페를 출연시켰다. 마당이 있는 주택을 개조해서 만든 홍대 ‘커피잔 속 에테르’. 미술전공자들이 작업실을 몰래 엿보는 듯한 ‘룸앤카페’. 손때 묻은 다락방처럼 소박한 매력을 가진 ‘즐거운 북카페’ 등은 모두 개업한지 6개월 남짓한 따끈따끈한 새내기 카페다. 터줏대감격인 ‘비하인드(B-hind)’를 넘어 홍대 카페가 제2의 전성기에 돌입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 도서관? 미술관? 아니 카페!
개업 1년차 카페들이 만들어내는 흐름은 기존의 카페들과는 확연히 다르다. 단순히 커피와 술을 마시는 공간이 아니라 주인의 개성이 드러나는 작업실. 문화적 시도가 이뤄지는 무대로 변신하고 있다.

홍대 주차장길 ‘베스트올’ 골목에 위치한 북카페 ‘작업실’은 2000여권의 책과 테이블마다 구비된 인터넷 등 혼자놀기와 작업에 최적화된 설비다. 이 때문에 작가. 일러스트레이터 등 혼자 작업을 하는 프리랜서들의 발길이 잦다. 커피만 팔아서 수지타산이 맞을까 하는 생각과 달리 운영도 나쁘지 않은 편이다. 김진태 대표는 “홍대를 찾는 사람들은 자기와 색깔이 맞으면 멀어도 개의치않고 찾는 편”이라면서 “최근 들어 인근에 괜찮은 카페가 늘어 손님도 자연스럽게 늘고 있다”고 말했다.

문화공간 으로의 변신도 차근차근 이뤄지고 있다. 드립커피로 유명했던 홍대 ‘카페 팩토리’를 지난해 4월 인수한 주인 김우성 사장은 카페를 연극. 미술전시. 세미나 등 각종 오프라인 문화행사 공간으로 꾸미고 있다. 홈페이지(www.cafefactory.co.kr)는 마치 미술관처럼 매월 열리는 전시일정이 표시돼 있다. 지난달 1일부터는 ‘이리 카페’와 함께 서울문화재단의 지원으로 마련한 ‘문학을 들려주다’ 행사를 시작했다. 매주 목요일 국내외 유명작가의 7편의 소설과 희곡 등을 바탕으로 한 창작극이 카페에서 공연된다. 조용한 분위기를 좋아하던 손님은 줄었지만. 문화적인 향기를 원하던 손님은 오히려 늘었다.

김 사장은 “인근 카페 사장들과 모여서 이런저런 논의를 많이 하는 편이다. 카페가 또하나의 문화공간이 될 수 있을 거라는 기대로 많은 시도를 해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박효실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