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how must go on – "문학을 들려주다" 공연을 마치면서

By aRchie  -  On 20 Jun, 2007 -  0 comments

1.이십세기 초반에 씌여진 James Joyce의 Finnegans Wake는 “riverrun, past Eve and Adams…”로 시작해 “A way alone a last a loved a long the”로 끝나는 대략 6만4천여 단어로 된 순환구조의 소설입니다. 스토리를 이해한다는 것조차 버거운 이 소설을 통해 조이스는 아일랜드를 지배했던 영국에 대해 언어적 복수를 꿈꾸었고, 그래서 영어로 씌였지만 영어가 아닌 것 같은 이해하기 힘든 작품입니다. 영문학자의 해석은 어떨지 확인해보지 않아 전혀 모르겠지만, 개인적인 생각엔 조이스가 말년에 언어의 원시적 형태를 탐구한 것이 아닌가 하고 추측해보게되는데, 그러다보니 문자로서 보다는 듣는 것이 더 중요한 문장들이 탄생한 것이겠지요.

2.Finnegans Wake의 주인공 팀 피네건은 아일랜드 민요에 등장하는 인물로, 벽돌공이었습니다. 어느날 피네건은 사다리에서 떨어져 머리통이 터져 죽게됩니다. 시체를 매장하기 전날 동네사람들은 전통에 따라 밤새도록 술잔치를 벌이는데, 전해져 내려오는 이야기들이 흔히 그러하듯 한바탕 시끌벅적한 사건(싸움)이 일어나게되고 그 와중에 위스키가 시체에 튀기게 됩니다. 그러자 갑자기 팀이 나 안죽었다 하면서 벌떡 일어나게된다는 거죠.
위스키는 아일랜드어로 uisce beatha 즉, 생명의 물이라는 뜻이 있다는군요. 이 서사 구조가 (1)사다리에서의 추락 (2)죽음 (3)부활 이라는 것을 염두해두고, Finnegans Wake라는 제목을 다시 읊어보면 혹시 이런 식으로 들리지 않으시나요?
FIN(끝) – AGAIN(다시) – WAKE(깨어나다)

3.”인생이란 반복적이고 예측하기 힘든 순환구조를 지니고 있는거다”라는 주제를 얘기하려고 조이스가 머리싸매고 그리도 오랜시간 어렵게 글을 써야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이런 골치아픈 이야기를 꺼낸 저의 의도는 분명합니다. 저희가 몇달동안 진행해왔던 “문학을 들려주는” 프로젝트가 계속 되어야한다는 것이지요.
지금보다는 다소 젊었던 – 어렸던 – 시절, 한동안 조이스의 율리시스Ulysses를 오디오북으로 듣고 다녔었습니다. 읽어봐도 난해하기만하여 별 생각없이 듣기만 했던것이죠. 그러다 문득 한 문장씩 따~악!하고 온 몸으로 파고드는 몹시 놀라운 순간들이 있었는데, 그 때 바로 언어의 힘 혹은 문학을 힘이라는 것이 직접 체험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로부터 참으로 많은 시간이 지나서, 지난 3개월은 제게 그러한 즐거운 발견의 시간들이 다시금 주어진, 축복된 시간이었습니다.

4.매주 작품들이 새로운 모습으로 다시 태어났습니다. 그 시간들 속에서 배우들도, 그것을 지켜보던 관객들도 조금씩은 변화를 체험하고 있었음을 알수 있었습니다. 배우들의 숨소리를 그리고 열정을, 무대가 아니라 앉아있는 바로 옆에서 느껴보았습니다. 가끔씩 긴장과 떨림 혹은 불안들도 있었지요. 갑자기 배우의 머리 속이 터엉 비어비리는 순간도 있었구요. 연극이 끝난 술자리에선 가끔 우릴 누르고 있는 현실의 힘이 연극보다도 더 뚜렷이 드러나기도 하고, 함께 마시는 술잔 속에서 그것들을 잊어버릴 수도 있었지요.
아, 도대체 우리가 살아가는 이 모습들은. 어찌 이리 안타깝도록. 아름다울까요.

5.건축가 Frank O. Gehry는 “건축에는 창이 있고, 미술에는 창이 없다.”라는 말을 했습니다. 골치아프게 말하자면 주체와 객체의 반전가능성 어쩌구 저쩌구 이겠지만, 그냥 단순한 비유를 들자면 로댕의 생각하는 사람은 미술의 영역에 있고, 자유여신상은 건축의 영역에 속한다하는 이야깁니다. 공장장 아키씨는 말합니다. “문학작품은 ending이 있지만, 문학작품을 들려주는 일에는 ending이 없습니다.” 아니 없고 싶다.는 것이지요. 언젠가 다들 조금씩은 달라진 모습이겠지만 또 다른 시간대에서 다시 만날 그날을 기대해봅니다.
삶과 죽음의 순환이란 단순히 시간의 문제가 아니라 어쩌면 공간-이동의 문제이기 때문이지요. 할렐루야!

6.끝으로
모두들 너무나 감사했습니다. 치열한 에너지의 범선생과 여영씨, 세째 아이를 가진 주현과 낭만주의 싱글남 형국씨, 먼진 승우와 민지씨. 그리고 처음 만난 날부터 자꾸 잔소리만 하게되는 기획자 효원양 그리고 씩씩한 명수군. 독특한 음색을 지닌 양양언니와 외계소녀도 있었지요. 그리고 이리사장님들께도 감사드립니다. 생각할수록 마음이 따듯해지는 프로젝트였습니다. 팩토리도 함께였다는 것이 너무 기쁘고 감사합니다.

7.정말 끝으로,
좋은 시도였습니다.
다음 번에는 더 잘 해야겠습니다.
그리고 잘하는 것만큼 더 중요한 것은,
오래도록. 아주 오래도록 계속 할 수 있어야겠다는 다짐.입니다.

(‘문학을 들려주다’ 6월 팜플렛)